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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NO. 028

인쇄에서 화면으로, 거터가 남긴 것

제본 여백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왔는지 되짚어 본다.
편집부2026.07.262 MIN

거터는 원래 제본 때문에 생긴 여백이다. 책을 펼쳤을 때 안쪽이 말려 들어가 안 보이는 만큼을 미리 비워 두는 것.

물리적 이유가 사라진 뒤

화면에는 제본이 없다. 그런데 거터는 남았다. 이유가 바뀐 것이다 — 이제 거터는 단과 단을 구분하는 장치다. 두 열의 글이 붙어 있으면 눈이 줄을 잘못 넘어간다.

도판 — 6단 격자에 스냅된 구성.

그래서 거터의 적정 폭도 달라졌다. 인쇄에서는 제본 방식이 정했지만, 화면에서는 본문 글자 크기가 정한다. 대체로 본문 크기의 1.5배에서 2.5배 사이면 줄이 섞이지 않는다.

거터는 몇으로 잡나

인쇄물의 거터는 손가락 폭에서 나왔다. 화면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자리가 필요 없으므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실무에서 쓰는 값은 본문 글자 크기의 1.2배에서 1.5배 사이다. 17px 본문이면 20px에서 24px이 된다.

거터가 본문 행간보다 좁으면 두 단이 한 덩어리로 읽힌다. 거터는 행간보다 넓어야 한다는 것이 최소 조건이다. 행간 29px에 거터 20px을 쓰면 눈이 옆 단으로 새어 나간다.

넓히면 생기는 문제

반대로 거터를 40px 넘게 벌리면 두 단이 서로 다른 글처럼 보인다. 화면 폭이 좁을수록 이 문제가 빨리 온다. 1024px 이하에서는 단을 하나로 합치는 편이 낫다.

거터는 나누는 폭이 아니라 이어지는 폭이다.

남은 관습

판권장, 쪽 번호, 머리글 같은 것도 인쇄에서 왔다. 필요가 사라졌는데 형식만 남은 것도 있고, 이유가 바뀌어 여전히 쓸모 있는 것도 있다. 어느 쪽인지 구분하는 일이 곧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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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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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자와 활자를 다룹니다. 화면에서 읽히는 판을 만드는 일을 씁니다.